
타지마할을 보기 직전까지 저는 인도 여행에 완전히 지쳐 있었습니다. 물갈이에 세균 감염까지 겹치면서 웬만한 풍경은 그냥 지나치게 되는 그런 무감각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아그라에 도착하던 아침, 호텔 창밖으로 흰 실루엣이 보이는 순간 뭔가 달랐습니다. 타지마할은 그냥 유명한 건축물이 아니었습니다.
17세기 사랑의 기념비, 타지마할의 역사적 배경
타지마할이 세워진 배경을 알면 건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무굴 제국(Mughal Empire)의 황제 샤 자한은 1632년, 사랑하는 황후 뭄타즈 마할을 잃은 뒤 곧바로 영묘 건설에 착수했습니다. 무굴 제국이란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인도 아대륙을 지배한 이슬람 왕조로, 건축·예술·문화 전반에 걸쳐 인도 역사상 가장 찬란한 유산을 남긴 제국입니다.
공사는 1648년에 본 건물이 완공되고, 부속 건물과 정원을 포함한 전체 단지가 1653년에야 마무리됩니다. 약 21년에 걸친 공사였습니다. 중앙아시아와 이란에서 온 장인들까지 불러 모아 흰 대리석에 귀한 보석을 하나하나 박아 넣는 상감기법(Pietra Dura)을 사용했습니다. 상감기법이란 돌이나 금속 표면을 파내고 그 자리에 다른 재료를 끼워 넣어 무늬를 만드는 장식 기술로, 타지마할의 꽃무늬와 기하학 문양이 바로 이 기법으로 탄생했습니다.
타지마할은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지정되어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닌 유산을 유네스코가 공식 등재하여 국제적으로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인도 고고학 조사국(Archaeological Survey of India, ASI)이 유적 전반을 직접 관리하고, 주변에는 대기질 관리 구역(Taj Trapezium Zone)까지 설정해 오염원을 차단하고 있습니다(출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위원회).
가까이 다가갈수록 강렬해지는 건축적 완성도
타지마할을 멀리서 보는 것과 직접 그 앞에 서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입니다. 제가 2011년 1월 겨울, 아그라에서 실제로 그 앞에 섰을 때를 지금도 선명히 기억합니다. 아무리 감각이 무뎌진 상태였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냥 얼어붙었습니다. 멀리서 봤을 때도 압도적이었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느낌은 더 강렬해졌습니다.
이 건물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완벽한 좌우 대칭 구조입니다. 중앙 돔을 기준으로 네 개의 미나레트(Minaret)가 정확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미나레트란 이슬람 사원에서 예배 시간을 알리던 첨탑으로, 타지마할에서는 장식적 역할과 함께 중앙 묘실을 시각적으로 받쳐주는 구조적 역할도 겸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네 개의 미나레트가 약간 바깥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인데, 지진 발생 시 묘실 쪽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한 구조적 설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차르바그(Charbagh) 방식으로 설계된 무굴 정원이 건물 앞을 감싸고 있습니다. 차르바그란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한 이슬람 전통 정원 양식으로, 십자형 수로를 중심으로 공간을 4 등분하여 천국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정원 구조입니다. 이 정원을 걸으며 타지마할을 바라보면 수면에 건물이 반사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그 장면 하나를 위해 인도에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타지마할이 단순히 크고 흰 건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직접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대리석 표면의 섬세한 상감 장식은 코앞에서 들여다봐야 비로소 그 정교함이 느껴집니다. 멀수록 장엄하고, 가까울수록 섬세한 건물이었습니다.
인도 여행의 현실, 타지마할을 보려면 살아남아야 한다
타지마할을 보고 감동받으려면 먼저 인도 여행을 버텨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제 경험상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저는 델리로 입국해 고락푸르, 네팔 포카라와 카트만두를 돌고 다시 인도로 내려와 바라나시를 거쳐 아그라에 도착하는 루트를 탔습니다. 그 긴 여정 동안 물갈이와 세균 감염을 두 번 겪었고, 매번 현지 약국을 찾아야 했습니다.
인도에서 처방받는 항생제는 한국에서는 부작용 우려로 거의 쓰이지 않는 강한 성분인데, 역설적으로 그게 효과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챙겨간 정장제나 지사제는 솔직히 별 소용이 없었고, 현지 약을 먹고 나서야 회복됐습니다. 그래서 인도 여행에서 위생과 건강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하면서 정리한 인도 여행 위생 생존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손 세정제는 항상 몸에 지니고, 손 씻을 기회가 보일 때마다 씻는다
- 음료는 'product of Coca-Cola'라고 명시된 제품 외에는 마시지 않는다. 현지 음식점에서 주는 물도 끓였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 길거리 음식은 절대 금지. 기차 연착으로 배가 고파도 휴게소 음식은 사 먹지 않는다
- 에너지바를 충분히 준비해 비상식량으로 챙긴다
- 두루마리 휴지와 비상약(소화제, 항생제, 지사제)은 필수 준비물이다
- 여성의 경우 건장한 성인 남성과 반드시 동행하고, 해가 지면 숙소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인도 여행이 낭만적인 모험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낭만 뒤에 철저한 자기 관리가 없으면 여행 자체를 완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인도 고고학 조사국(ASI)의 관리 지침과 현지 방문 규정도 방문 전에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출처: 인도 고고학 조사국).
타지마할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누군가의 진실한 마음이 투영된 영원한 예술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 감동에 도달하려면 몸이 버텨줘야 합니다. 인도를 계획 중이라면, 일정을 짜는 것만큼이나 위생과 건강 준비에 시간을 쏟으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몸 상태가 최악이었는데도 여행의 고단함 속에서 만난 그 찬란한 빛이 저에게 꽤나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따라서 제대로 준비하고 간 분들은 훨씬 더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whc.unesco.org/en/list/252/
Taj Mahal
An immense mausoleum of white marble, built in Agra between 1631 and 1648 by order of the Mughal emperor Shah Jahan in memory of his favourite wife, the Taj Mahal is the jewel of Muslim art in India and one of the ...
whc.unesc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