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0개가 넘는 사암 기둥이 수억 년의 지각 변동과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곳, 그것이 장가계입니다. 2014년 2월, 저는 가족과 함께 상하이를 거쳐 창사, 장가계로 들어갔는데 솔직히 말하면 사진으로 보던 것과 실제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겨울에 간다고 해서 풍경이 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몸이 조금 더 힘들었을 뿐이고, 그 이야기는 아래에서 차근차근해보겠습니다.
아바타가 배경으로 삼은 곳, 장가계는 어떤 곳인가
장가계는 중국 후난성(湖南省)에 위치한 세계자연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입니다. 여기서 세계자연유산이란 유네스코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다고 인정한 자연지형을 말하며, 단순히 '경치 좋은 관광지'와는 격이 다릅니다. 장가계 국가산림공원은 1982년 중국 최초의 국가산림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이후 2010년 영화 아바타(Avatar)에 등장하는 할렐루야 산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올라섰습니다(출처: China Discovery).
제가 직접 원가계(Yuanjiajie)에 올라서서 남천일주, 이른바 '할렐루야 산'을 눈앞에 두었을 때 느낀 감정은 단순한 감탄이 아니었습니다. 얇고 길쭉하게 하늘로 솟아오른 돌산들이 안개 사이로 떠 있는 풍경은, 그것이 수억 년 전 지층의 융기와 풍화 작용으로 만들어진 사암(砂巖, sandstone) 기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감이 없었습니다. 사암이란 모래 크기의 입자가 오랜 세월 압축되고 굳어서 형성된 퇴적암의 일종으로, 이 지역의 지질학적 특수성을 보여주는 핵심 단어입니다.
원가계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백룡 엘리베이터(Bailong Elevator)입니다. 높이 326m에 달하는 이 야외 엘리베이터는 기네스 세계 기록(Guinness World Records)에 세계 최고 높이의 야외 엘리베이터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걸 탔을 때 사실 꽤 무서웠습니다. 올라가면서 유리 너머로 절벽이 그대로 보이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게 됩니다. 천하제일교(天下第一橋)를 눈앞에서 봤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백 미터 높이에 자연이 만들어놓은 거대한 돌다리가 두 봉우리 사이를 연결하고 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는 표현이 딱 맞았습니다.
겨울 장가계, 숫자로 보면 현실이 보인다
장가계의 연평균 기온은 약 16도 수준이지만, 12월에서 2월 사이 겨울 기간 평균 기온은 4~7도 안팎으로 내려갑니다. 여기에 강수일수가 많아 체감 온도는 더 낮습니다. 한국의 한겨울보다 덜 춥다고 생각하고 가면 낭패를 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갔다가 어머니가 여행 도중 감기에 걸리셨습니다. 습하고 서늘한 공기가 체온을 지속적으로 뺏어가는 방식이라, 오히려 건조하게 추운 한국 겨울보다 몸이 더 쉽게 지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있었습니다.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으셨던 어머니가 금편계곡(Golden Whip Stream)을 약 7.5km 걷고 난 뒤 기침이 멈추셨습니다. 그날 이후로 감기가 씻은 듯이 나으셨는데, 저는 지금도 그 이유가 산림욕(森林浴, forest bathing) 효과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산림욕이란 수목이 방출하는 피톤치드(phytoncide)를 포함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흡수하며 걷는 자연 치유 방식을 말합니다. 실제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산림 내 피톤치드 농도는 도심 대비 수십 배 이상 높으며, 면역 기능 향상에 기여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국립산림과학원).
장가계를 겨울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아래 사항을 반드시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 패딩 또는 두꺼운 방풍 재킷 필수. 겉옷을 여러 겹 레이어드(layered)하는 방식이 온도 변화 대응에 효과적입니다.
-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등산화 또는 운동화. 돌길과 계단이 많고, 비가 온 뒤에는 노면이 미끄러워집니다.
- 위챗페이(WeChat Pay) 또는 알리페이(Alipay) 사전 세팅. 공원 내 대부분의 결제가 모바일로 이루어집니다.
- 컵라면, 고추장 등 간편식 소량 준비. 이 부분은 뒤에서 더 설명하겠습니다.
천자산(Tianzi Mountain) 케이블카를 탔을 때도 비슷한 감각이었습니다. 케이블카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은 무서운데, 멀리 기암괴석이 안갯속에 솟아 있는 수묵화(水墨畫) 같은 풍경을 바라볼 때는 그 공포가 순식간에 경이로움으로 바뀌었습니다. 겨울이라 관광객이 적었던 것도 그 고요함을 더해줬습니다.
현지 음식 현실과 방문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장가계 여행에서 제가 예상 밖이었던 부분이 바로 음식입니다. 해외여행 경험이 많고 외국 거주 경험도 있는 저희 가족조차 장가계 음식에는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음식이 기름에 볶거나 튀기는 방식이라 느끼함이 강했고, 배가 차기도 전에 위가 먼저 물려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후난(湖南) 음식은 마라(麻辣) 계열의 매운맛으로 유명하지만, 그 맵기가 한국식 매운맛과는 결이 다릅니다. 마라란 산초(花椒)에서 나오는 마비되는 듯한 얼얼함과 고추의 매운맛이 합쳐진 복합적인 자극을 말합니다. 이 맛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면 한 끼 두 끼야 신기하게 먹겠지만, 3일이 넘어가면 솔직히 지칩니다.
장가계 시내에 한국 음식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치와 영업 여부는 미리 꼼꼼히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한국 음식점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 두고, 만일을 대비해 컵라면이나 고추장을 소량씩 챙겨가시면 3일 이상 일정에서 큰 힘이 됩니다. 저희 가족은 그걸 준비 못 했다가 후반에 고생했습니다.
장가계에서 놓치면 아쉬운 대표 명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원가계 & 백룡 엘리베이터: 아바타의 할렐루야 산 원형. 엘리베이터로 빠르게 이동 가능.
- 천하제일교: 자연이 만든 거대 석교. 아찔한 높이가 압도적.
- 금편계곡: 7.5km 평탄 트레킹 코스. 야생 원숭이 출몰 구간.
- 천자산 케이블카: 구름과 안갯속 수묵화 풍경.
- 천문산(Tianmen Mountain) 유리잔도: 절벽 끝에 설치된 투명 보행로. 스릴과 전경 동시에.
장가계는 풍경 하나만큼은 분명히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수억 년이 만들어낸 자연 앞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그냥 바라보는 것뿐이라는 걸 그곳에서 처음 느꼈습니다. 다만 겨울 방문은 철저한 방한 준비 없이는 여행 내내 컨디션 싸움이 됩니다. 음식에 대한 기대치도 조금 낮춰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최소 2박 3일, 가능하면 3박 4일로 일정을 잡고, 봄이나 가을을 노리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가시는 분이라면 겨울보다는 9월에서 11월 사이를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