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83년, 농민 출신으로 일본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오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자신의 권력을 온 세상에 각인시키기 위해 지은 성이 바로 오사카성입니다. 저는 이 성을 처음 봤을 때 에메랄드빛 지붕과 흰 외벽의 조화가 꽤 웅장하다고 느꼈는데, 그 화려함 뒤에 어떤 역사가 숨어있는지 알고 나서는 마냥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400년을 버텨온 천수각, 그 실체는
오사카성의 상징인 천수각(Tenshu)은 외관상 5층, 내부는 8층으로 구성된 독특한 구조입니다. 천수각이란 일본 성의 중심 망루 역할을 하는 건물로, 군사 지휘소이자 권력의 상징물이기도 합니다. 지붕 꼭대기에는 황금 샤치호코(Shachihoko) 장식이 올라가 있는데, 샤치호코란 호랑이 얼굴에 물고기 몸통을 가진 상상의 동물로 화재를 막아준다는 의미를 담아 일본 성의 지붕 장식으로 즐겨 사용되었습니다.
건축 방식도 당시 기준으로는 상당히 혁신적이었습니다. 모르타르 없이 거대한 화강암을 정밀하게 맞물려 쌓는 노구즈미(Nozurazumi), 혹은 우엉 쌓기라 불리는 공법으로 최대 20m 높이의 성벽을 완성했습니다. 쉽게 말해 접착제 없이 돌과 돌이 서로를 지지하도록 쌓아 올린 건축 기술로,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도 수백 년을 버텨낼 수 있게 해준 구조적 핵심입니다. 겹겹이 둘러싼 옹성(瓮城) 구조, 즉 성 안에 또 다른 성벽을 두르는 방어 설계 덕분에 1614년 겨울 오사카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대군을 막아낸 것도 이 구조 덕분이었습니다.
그러나 1615년 여름 전투에서 결국 함락되었고,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와 그의 어머니 요도도노는 자결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권력을 향한 집착으로 세운 성이 그 권력의 몰락을 상징하는 장소가 된 셈입니다. 이후 도쿠가와막부가 1620년 성을 재건했지만, 1665년에는 벼락을 맞아 천수각이 소실되는 불운을 겪었고, 현재의 천수각은 1931년 콘크리트로 재건된 것을 1997년에 다시 복원한 모습입니다.
오사카성의 역사적 변천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583년: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시야마 혼간지 절터에 오사카성 건설 시작
- 1615년: 오사카 전투로 도요토미 가문 멸망, 성 소실
- 1620년: 도쿠가와막부 주도로 재건, 성벽·해자 규모 확장
- 1665년: 낙뢰로 천수각 소실, 이후 수 세기 방치
- 1931년: 콘크리트 공법으로 천수각 외형 재건
- 1997년: 대규모 복원 프로젝트로 외관 복원, 내부 현대식 박물관으로 개조
일본 문화청의 공식 문화재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오테몬(Ote-mon)을 비롯한 성의 일부 망루와 성문은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출처: 일본 문화청).
실제로 가보니, 알려진 것과는 달랐습니다
오사카성이 가짜라는 말,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제가 직접 가보고 나서야 그 말의 의미를 실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명 역사 건축물이라고 하면 경복궁이나 덕수궁처럼 옛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천수각 안에 들어가보면 엘리베이터가 있고, 내부는 완전히 현대식 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생애와 성의 역사를 사진과 모형으로 전시해 두었는데, 역사적 공간에서 느껴야 할 그 묵직한 감각보다는 전시관 특유의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에 가까웠습니다.
오사카성 부지 자체도 상상 이상으로 광활합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천수각까지 걸어 들어가는 데만 꽤 긴 시간이 걸렸고, 한참을 걸었는데도 아직 성 입구 쪽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입구에서 천수각까지 운행하는 전기 셔틀을 이용했는데, 성인 기준 1인당 300엔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는 걸 미리 알고 방문하면 체력 배분에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오사카성이 '가짜'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천수각의 외형 복원이 역사적 원형(原形) 복원이 아니라 기능적 재건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원형 복원이란 원래 재료와 공법을 최대한 그대로 따르는 방식인데, 1931년과 1997년의 재건은 콘크리트와 현대 건축 기술에 의존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가짜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일본이 역사적 외형과 현대적 활용 사이에서 실용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니시노마루 정원에서 바라보는 천수각의 모습은 꽤 괜찮았습니다. 니시노마루 정원이란 성 내부에 조성된 전통 경관 정원으로, 봄에는 벚꽃 명소로도 알려진 곳입니다. 천수각을 정면에서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포인트가 여기에 있어서 사진 찍기에도 좋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천수각 옆 건물 1층에 있는 Tully's Coffee에서 커피 한잔을 마셨는데, 넓은 공원을 한참 걷고 난 뒤라 그 커피 한 잔이 유독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이 가는 길만큼 멀었지만, 그 덕분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습니다.
오사카성 방문과 관련한 관광 정보는 오사카 관광 공식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Osaka Convention & Tourism Bureau).
오사카성은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쟁과 낙뢰, 공습을 버텨온 장소입니다. 겉모습이 몇 차례 바뀌었다는 사실이 '가짜'의 근거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그 굴곡진 역사 자체가 이 성을 더 깊이 이해하는 단서가 됩니다. 오사카를 여행하신다면 천수각 안만 보고 서둘러 나오기보다는, 성벽을 따라 걸으며 그 두께와 높이를 직접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이 성을 제대로 경험하는 방법이라고 제 경험상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japan-experience.com/plan-your-trip/to-know/japanese-history/history-of-osaka-castle